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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이 임신기록

드디어 진진통 오다. 초산 자연분만 출산기록. 과다출혈로 기절. 호주에서 출산하기

by 에브리데이 JENJEN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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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젠젠입니다.


드디어 저에게도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찰떡이가 40주 3일 차 되는 날 새벽에 배가 싸하게 아프더라고요. 생리 시작하기 전에 아픈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냥 가진통인가 보다 하고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뭔가 물이 세는 느낌이 나서 변기를 보니 손바닥만 한 핏물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2~3일 간격으로 노란색 끈적한 점성의 이슬을 봤는데 이번에는 그냥 핏빛 물이었어요. 

아무래도 양수인 것 같아서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에 병원에 전화했고 미드와이프가 일단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자는 남편 깨워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고 도착하자마자 미드와이프가 제가 하고 온 생리대를 확인해야 한다 해서 보여주고(민망..) 태동검사랑 수축 검사를 진행했어요. 한 시간 후에 검사 결과 양수가 맞았지만 미드와이프가 일단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진통이 2-3분 정도 되면 다시 병원으로 오고 만약 24시간 후에도 진통 간격이 5분 이상으로 길면 양수가 이미 셌기 때문에 감염 위험으로 유도 분만해야 한다고 해서 유도분만 동의서에 사인하고 일단 집으로 왔습니다. 아침부터 멘붕이었는데 어쨌든 찰떡이를 오늘 아님 내일 만난다고 생각하니 뭔가 좋으면서도 얼떨떨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낮잠을 자는데도 10~20분 간격의 진통으로 깊은 잠은 못 잤어요. 진통의 느낌은 자궁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인데……그렇게 하루 종일 진통을 해도 간격이 10분 이상이더라고요. 새벽 1.30분쯤 진통 간격이 10분 이내로 줄어들고 결국 너무 아파서 병원에 전화하고 출산 가방 들고 다시 병원으로 갔어요

도착해서 미드와이프들 만나고 병실 배정받고 찰떡이 심장박동이랑 태동 체크하면서도 진통이 점점 세져서 미드와이프가 해피 가스 흡입하라고 호스를 입에 데 주더라고 요 하지만 나의 진통이 해피 가스를 이겼습니다.. 별로 효과 못 봐서 다음 단계인 모르핀 주사를 맞았더니 살짝 괜찮아져서 이때 저도 남편도 잠을 좀 잤어요. 그렇게 모르핀 주사의 효과가 끝나갈 즈음 다시 찾아온 진통으로 에피 듀럴(무통주사) 놔달라고 해서 맞았어요. 사실 그냥 팔에 주사 놓듯이 맞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배도 남산만 한데 허리를 최대한 활처럼 구부려야 하고 진통 때문에 정신은 못 차리겠고 허리는 아프고 몸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무통의 천국으로 들어섰습니다. 무통주사 만세!


무통주사 후에는 뭐 순탄했습니다. 진통 강도가 올라가도 아무 느낌도 안 나더라고요. 오후 2시쯤, 미드와이프가 내진을 했고 아기가 많이 내려왔다고 자궁 문도 많이 열렸으니 푸시 연습을 하자고 해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힘주기 연습을 했어요. 병원 간호사들이고 의료진들이 너무너무 친절하고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고 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힘주기 연습하는 중간에 열이 38도 이상 되면서 두통이 와서 호주의 타이레놀이라 할 수 있는 파나돌을 복용하고 이후에도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결국 토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다시 시작된 푸시연습. 그리고는 의사가 분만실로 들어왔고 본격적인 분만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똥 싸는 듯한 느낌으로 아랫배에 힘을 준지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드디어 우리 찰떡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내 다리 사이로 아이 머리서부터 천천히 올라오는 게 보였고 경이로운 순간이었어요. 세상 밖으로 나온 찰떡이는 제 가슴팍에 안겼고 너무너무 부드럽고 따뜻했어요.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너를 만나기까지 10달을 기다렸단다. 


내가 찰떡이랑 교감하는 사이에 의사랑 간호사들은 후처치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피를 유독 많이 흘렸다고 하네요. 보통 애 낳을 때 500ml 정도의 피를 쏟는다는데 저는 1L가 넘는 피를 쏟았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철분 부족해서 걱정이었는데 피까지 많이 쏟았으니.... 

암튼 이래 저래 시간이 흐르고 저녁 메뉴가 나와서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간호사가 샤워 지금 할지 조금 있다가 할지 물어보길래 그냥 지금 한다고 하고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했어요.. 그리고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네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피를 쏟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기절.... 밖에 서있던 우리 남편은 완전 놀래서 사색이 되었고 이머전시 벨 누르고 의료진들 또 우르르 병실로 들어오고..... 다이내믹했습니다. 
전 샤워를 막 마친 후라 기저귀형 생리대만 한 채로 그 수많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나체로 휠체어 타고 침대로 옮겨졌어요. 

아무튼 시간이 흐르고 많이 괜찮아졌고 분만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어요. 코로나 사태로 보호자는 같이 있을 수 없어서 남편은 그날 집으로 돌아갔어요. 호주는 애 낳고 바로 모자 병실을 하기 때문에 찰떡이와 저는 그렇게 병실에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벌써 찰떡이가 태어난 지 19일째 되는 날이네요. 그동안 정말 멘붕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이제야 좀 글을 쓸 여력이 되네요. 처음 일주일은 아직도 내가 애를 낳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찰떡이를 봐도 얘가 내 애가 맞나 싶고 그러다가 지금은 눈에서 꿀 떨어지는 중입니다. 저는 다행히 회복도 빠르고 해서 지금 컨디션은 임신 전이랑 몸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예상치 못한 산후우울증이라는 게 찾아와서 출산 후에 좀 고생을 했는데 그 예기는 따로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이렇게 저의 찰떡이 임신 기록은 여기서 끝나게 되었네요. 이제부터는 찰떡이 육아 블로그로 포스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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